우리만의 레이스를 달리다.
2024년 7월 20일 오후 11시. 이날은 우리 SRC 멤버분들과 단체로 울트라대회를 나간 첫번째 날입니다. 장마로 인해 최근 많은 비가 중부지방에 쏟아졌고 대회운영시간인 새벽 2~4시에 많은 비가 예보 되어있어 주최측이 운영하는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연기나 취소하라는 말들이 계속 나오는 상태여서 대회당일까지도 진행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주최측 회장님께서 정상운영을 확정한다는 글을 카페에 공지하셨고, 우리는 출발지인 ‘광명찬빛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채원님, 두섭님, 방섭님, 진휘님, 성권님, 저까지. 6인의 SRC 울트라 원정대가 제차로 함께 이동하기 위해 집결지인 저희 단지 주차장에 모였습니다. 가면서 모가 그리 즐거운지 재잘재잘 서로 수다도 떨고 진휘님이 준비해주신 손수 내린 커피를 마시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대회장 주변에 주차를 하고 막상 대회 나갈 채비를 마치고 나니 걱정은 비장함이 되고, 설레임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울트라대회에 나갈 준비상태를 마칩니다.
대회장에 다다르자 저희처럼 대회에 참가하는걸로 보이는 분들이 당황스러운 말씀을 하십니다. “대회가 취소됐대요.” … 너무나 당황한 저희는 일단 대회장으로 가봅니다. 멀리서도 몬가 문제가 생긴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구청관계자들이 대회진행을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고, 주최측에서는 잘 들리지도 않는 마이크로 대회 취소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분들은 이왕 이렇게 된거 집에 가서 발뻗고 쉬자 하는 분들과 이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 분들로 나뉘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 주최측에서 준비한 기념품을 수령한 후 우리는 한적한 곳에 다시 모였습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야할 시간입니다. 돌아갈지, 아니면 우리끼리라도 그냥 진행을 할지. 내심 이렇게 된거 그냥 집에 돌아가서 술이나 한잔 하고 편하게 잠이 자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SRC 매니저이신 성권님께서 “그냥 우리끼리 달리죠” 라고 공표하셨고, 우리는 모두 한뜻으로 그렇게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대회장 주변으로 가면 구청관계자들에게 통제를 당하거나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걸 우려해서 대회장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곳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출발을 했습니다. 5KM 쯤 달렸을까요? 성권님 얼굴이 창백합니다. 원래 레이스 전에는 속을 비우시는 분인데, 장시간 달릴걸 생각해서 냉면을 드신 것이 화근이었네요. 먹은 것이 얹혀 속이 엉망입니다. 꾹꾹 참고 달리는 모습이 참 안쓰럽지만 SRC 울트라원정대의 완주를 위해 계속 참아 봅니다. 달리다보니 새벽시간 많은 비 예보 때문인지 곳곳이 통제구역입니다. 통제구역으로 인해 원래의 경로로 가지 못하고 우회하기도 하고, 우회를 했는데도 피할 수 없는 물웅덩이를 지나가니 신발은 이미 완전히 젖었습니다. 자정이 넘어가 10K쯤 되니 채원님이 지치시기 시작합니다. 울트라대회를 위해 그동안 한양도성길 2회, 32K LSD 등 많은 훈련을 단기간에 집중하다보니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셨습니다. 부상을 참고 달리다보니 체력이 급격히 소진됩니다. 애초에 기록을 위해 출전한 대회가 아니었기에 대회 자체를 온전히 즐기자 라는 생각에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쉬엄쉬엄 가기로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달릴 수 있다는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강 합수부에 다다르니 용달차가 보이고 통제선이 보입니다. 멈춰 서서 용달차에 타고 계신 분에게 통제선을 지나갈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가시는건 괜찮은데, 돌아오는건 통제 합니다” 고민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 통제선 너머에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통제선이 있을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그 곳은 주최측에서도 말했던 상습침수구간 입니다. 다시 고민의 시간이 왔습니다. 성권님께서 안전을 위해 돌아가자는 말씀을 하십니다. 기왕 이렇게 온거 50KM를 완주하고 싶은 굴뚝 같은 마음에 아쉽기는 하지만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성권님 의견에 따르기로 합니다. 발길을 돌리니 저희 뒤에서 뛰던 다른팀분들이 저희를 지나쳐 달려가네요. 우리는 돌아가는데, 저분들은 돌파를 하니 기분은 묘하지만 우린 우리의 선택이 현명했다며 애써 외면해 봅니다. (결과적으로 현명했던거 맞았습니다) 막상 돌아갈 생각을 하니 완주에 대한 미련보다 홀가분함이 앞섭니다. 새벽 2시를 넘어가는 시점이라 몸도 마음도 서서히 지쳐가는 상황이었는데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대회를 마치고 가려고 했던 ‘마포설렁탕집’에 갈 생각에 남은 기력을 끌어모아 힘을 내봅니다.
차로 돌아오는길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 채원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다시 ‘마포설렁탕집’으로 향했고, 우리의 첫 울트라 도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진 후기>
해피레그 울트라 대회장에 도착. 몬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참가자, 대회관계자, 경찰, 구청담당자들이 서로 뒤엉켜 정신이 없다. 대회를 취소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순간 멘붕...






우리끼리 달리자고 결심을 하고 출발전 한컷



대회는 취소됐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중요한건 꺽여도 그냥 하는 마음"... 오늘 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마지막 뒷풀이. 우리 오늘 좀 멋지다.



오늘의 운동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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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후기를 써야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정식으로 대회가 취소된 상태에서 우리끼리만의 도전이었고, 50K를 모두 채우지 못한터라 후기를 남기기가 애매하더라구요.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는 우리만의 레이스를 펼쳤고, ‘함께 출발하고, 함께 들어오자’ 라는 우리의 다짐,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였고, 도로가 허용하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완주하였습니다. 이 뜻 깊은 시간을 SRC 멤버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고, 감사합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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